여수 개도 처음 간다면 배편부터 잡는 방법

개도에 들어갈 때마다 먼저 보는 건 바다가 아니라 돌아오는 배 시간이다. 백야항에서 배를 타면 가까운 섬이지만, 오후 배를 놓치면 그 짧은 바다가 하룻밤 거리가 된다. 걷는 코스를 정하기 전에 왕복 배편부터 잡아야 개도가 편하다.
백야항에서 화산항까지, 돌아올 배부터 고른다
당일치기라면 백야항에서 개도 화산항으로 들어가는 편이 동선을 짜기 쉽다. 백야항은 다리로 육지와 이어져 있어 차로 갈 수 있고, 여수 시내에서는 28번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백야에서 화산항까지는 배에 따라 대략 15~20분이다. 여수 시내에서 출발해 개도의 다른 선착장에 닿는 항로도 있으니, 예매 화면에서 출발항과 도착항을 둘 다 확인해야 한다. ‘개도행’이라는 글자만 보고 잡으면 걷기 시작할 곳이 달라진다.
운항 시각은 평일과 주말,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기상 때문에 당일에도 바뀐다. 먼저 돌아올 화산항 출발편을 정한 다음, 그 배에 맞춰 들어가는 편을 고르는 순서가 안전하다. 한국해운조합 여객선 예매와 선사 안내에서 전날 한 번, 출발 당일 아침에 한 번 더 운항 여부를 확인한다. 신분증도 챙겨야 한다. 차를 싣는다면 사람 표와 차량 선적 가능 여부를 따로 확인하는 게 좋다. 섬 안에서 오래 걸을 생각이라면 차를 가져가도 주차한 채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 있다.
결항 가능성이 있는 날에는 여수에서 돌아가는 기차나 버스를 마지막 배 도착 직후로 붙이지 않는다. 바람 때문에 배가 늦거나 끊기면 육지에서의 다음 일정까지 함께 밀린다. 섬 여행에서 한두 시간의 여유는 빈 시간이 아니라 일정의 일부다.
화산항에 내리면 걷는 거리부터 계산한다
화산항에 내리면 먼저 마을과 길 안내를 확인한다. 개도 사람길 1코스는 화산선착장에서 호령마을까지 약 4.5km, 안내상 2시간이다. 거리가 짧아 보여도 사진을 찍고 길을 찾고 쉬는 시간을 더하면 더 걸린다. 선착장에 도착한 시각부터 귀항 배까지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이 코스 하나만 잡는 편이 낫다.
걷는 맛은 마을을 지나 바다 쪽으로 시야가 열릴 때부터 난다. 모전자갈밭과 호령 쪽 풍경을 보며 걸으면 섬의 생활길과 해안길이 차례로 이어진다. 다만 자갈밭이나 물가로 내려갈 때는 걷기길과 구분해야 한다. 바닷가 바위는 젖으면 미끄럽고, 물때에 따라 접근하기 불편한 곳도 있다. 배 시간에 쫓기며 해안으로 우회할 이유는 없다.
호령마을에서 이어지는 2코스는 배성금까지 약 3.4km인데 안내 시간은 3시간이다. 숫자만 보고 1코스 뒤에 가볍게 붙일 길은 아니다. 오르내림이 있고 되돌아오거나 다른 이동 수단을 잡을 시간까지 필요하다. 당일 일정이라면 호령에서 멈춰 마을버스로 화산항에 돌아오는 계획을 먼저 세우고, 버스가 맞지 않으면 걷는 구간을 줄인다.
봉화산은 별도의 산행으로 잡는 편이 낫다
개도를 걷는다고 모두 봉화산까지 갈 필요는 없다. 여수시가 안내하는 등산로는 화산선착장에서 천제봉과 봉화산을 거쳐 정목 쪽으로 이어진다. 개도 사람길과는 성격이 다르다. 능선에 올라 주변 섬을 보는 재미가 있지만, 산길에 시간을 쓰면 해안 마을을 천천히 볼 여유가 줄어든다.
처음 온 사람이 당일치기로 사람길과 두 봉우리를 한꺼번에 묶으면 대개 귀항 시간부터 신경 쓰게 된다. 산행이 목적이라면 이른 배로 들어와 산길을 중심에 놓고, 바닷가를 걷고 싶다면 1코스에 시간을 주는 편이 좋다. 더운 계절에는 그늘이 끊기는 구간을 감안해 물을 넉넉히 들고 들어간다. 겨울에는 해가 짧아 오후 산행보다 마을 가까운 길이 마음 편하다.
섬 안 이동과 숙박은 배편과 함께 예약한다
개도에는 마을버스가 있지만 육지 시내버스처럼 아무 때나 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화산항, 마을, 호령 쪽 이동이 가능한지 출발 전에 운행 여부와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여수시 관광 안내에 마을버스 연락처가 나와 있다. 배에서 내려 바로 버스를 탈 계획이라면 선착장에서 기다리는 위치도 물어두는 게 좋다. 택시를 즉석에서 잡아 일정의 빈칸을 메우겠다는 계획은 권하지 않는다.
하룻밤을 묵으면 2코스나 산행을 훨씬 느긋하게 넣을 수 있다. 호령 쪽 민박을 잡으면 걷기를 마친 뒤 곧바로 쉴 수 있고, 화산항 가까이에 묵으면 다음 날 첫 배를 타기 편하다. 숙소에는 방값만 묻지 말고 저녁 식사 가능 여부, 선착장 이동, 악천후로 배가 끊겼을 때 연박이 가능한지도 함께 묻는다. 성수기 주말에는 방과 식사 자리가 먼저 차고, 비수기에는 문을 열지 않는 곳이 있을 수 있다. 필요한 물과 간식은 백야항에 도착하기 전에 준비하는 편이 안정적이다.
배가 끊길 가능성이 걱정돼 당일 일정에 여유를 둘 수 없다면, 개도 대신 육지와 다리로 이어진 섬을 고르는 편이 맞다. 반대로 배 시간을 중심에 두고 한 코스만 천천히 걸을 수 있다면 개도는 꽤 좋은 섬이다. 화산항으로 돌아와 신발에 묻은 흙을 털 시간이 남는 하루가, 이 섬에서는 가장 알맞은 속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