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도 섬 트레킹 코스 배편부터 짜는 방법

금오도 비렁길을 걸으러 갔다가 선착장에서 지도를 다시 펼친 적이 있다. 걸을 구간은 정했는데, 끝나는 마을에서 돌아올 차편을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서 있었다. 섬 트레킹 코스는 몇 킬로미터를 걷느냐보다 어느 항구로 들어가서 어디서 배를 탈지가 먼저다. 금오도는 특히 그렇다. 배가 닿는 여천과 비렁길이 시작되는 함구미가 서로 다른 곳이기 때문이다.
배가 닿는 항구부터 고른다
비렁길 1코스부터 걸을 생각이라면 함구미로 들어가는 배가 동선이 간단하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이나 백야도선착장에서 함구미행 배를 탈 수 있다. 여수시 관광 안내에 나온 통상 소요시간은 백야도에서 약 40분,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약 1시간 30분이다. 다만 배편마다 들르는 섬과 운항일이 다르다. 표를 예매할 때 목적지가 단순히 ‘금오도’인지 보지 말고 ‘함구미’인지 확인해야 한다.
돌산 신기항에서 타면 여천항까지 약 25분이다. 뱃길이 짧고 운항 횟수도 비교적 많아 여수에서 차로 움직일 때 편하다. 대신 여천항에서 비렁길 출발점인 함구미까지 섬 안 교통편을 한 번 더 써야 한다. 차를 가져가지 않는다면 남면버스 운행 시간이나 택시 이용 가능 여부를 배표와 함께 확인하는 편이 낫다. 배에서 내리면 버스가 늘 기다릴 거라고 생각하고 일정을 빽빽하게 잡기 쉽지만, 섬에서는 한 번 놓친 차가 오후 계획 전체를 바꾼다.
여수시의 금오도 안내에는 하절기와 동절기 시간표가 따로 적혀 있다. 요금도 유류할증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기상과 선사 사정으로 운항 시각이 바뀐다. 출발 전날에는 선사에서 왕복 운항 여부를 확인하고, 걷는 날 아침에는 돌아오는 배를 다시 확인한다. 바람이 거센 날에는 섬 안에서 하늘이 맑아 보여도 배가 뜨지 않을 수 있다.
처음 걷는다면 함구미에서 직포까지
내가 처음 가는 사람에게 권하는 구간은 1코스와 2코스를 잇는 길이다. 함구미에서 두포까지 1코스는 5㎞, 여수시 안내 기준 약 2시간이다. 함구미 골목을 벗어나면 미역널방과 신선대를 지나 두포로 내려선다. 바다가 계속 곁에 붙어 있는 평탄한 산책로를 기대하면 초반부터 조금 놀랄 수 있다. 숲길과 오르내림이 이어지고, 절벽 가까이에서 발밑을 살펴야 하는 곳도 있다.
두포에서 직포까지 2코스는 3.5㎞, 안내 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 굴등전망대와 촛대바위를 지나 직포로 들어간다. 두 코스를 합치면 8.5㎞에 안내상 3시간 30분이지만, 사진을 찍고 쉬었다 걷는 여행이라면 4~5시간을 잡는 게 편하다. 특히 여름에는 나무 그늘이 있어도 습기가 차고, 전망대에 서면 햇볕을 그대로 받는다. 물은 출발 전에 챙겨 두는 쪽이 마음 편하다.
직포에 도착하면 곧장 다음 코스로 들어가지 말고 귀항 교통부터 확인한다. 직포에서 함구미나 여천항으로 돌아갈 버스 시간을 맞추거나 택시를 부를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이 구간은 걸어서 왔던 길을 되짚기에는 거리가 길다. 통신이 닿는 마을에서 이동편을 확인한 뒤 쉬는 것이 순서다.
3코스부터는 걷는 사람의 취향이 갈린다
직포에서 학동으로 가는 3코스는 3.5㎞, 안내 시간은 약 2시간이다. 동백숲을 지나 갈바람통전망대, 매봉전망대와 비렁다리를 만난다. 절벽 풍경을 가까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구간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반면 높은 곳이 불편하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다리가 부담스럽다면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 비렁길은 모든 코스를 걸어야 제맛인 길이 아니다.
여수시는 비렁길 다섯 코스 전체를 18.5㎞, 약 8시간 30분으로 안내한다. 이 수치는 걷는 시간의 기준이지 배를 타고 섬을 오가는 시간까지 포함한 하루 일정은 아니다. 당일치기로 전 구간을 넣으면 마지막 배에 마음이 쫓길 수 있다. 여러 코스를 길게 걷고 싶다면 금오도에서 하룻밤 자는 편이 낫다. 숙소는 전망 사진만 보고 고르지 말고 다음 날 탈 항구와 섬 안 이동 수단을 기준으로 위치를 확인한다. 비수기에는 식당 영업 여부도 예약할 때 함께 물어두면 좋다.
돌아오는 배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를 끊는다
내 일정표에는 출발 배보다 귀항 배가 먼저 적힌다. 그다음 배를 타기 위해 항구로 이동하는 시간, 걷기를 끝낼 시간을 거꾸로 계산한다. 성수기 주말에는 승선객이 몰릴 수 있으니 표를 미리 챙기고, 비수기에는 배편과 식사할 곳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 강풍이나 높은 파도가 예보된 날에는 돌아오는 날에 중요한 약속을 붙이지 않는다. 결항으로 하루 더 머물 수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섬에서 걷는 시간이 편해진다.
비렁길은 물때에 맞춰 갯바위를 건너는 코스는 아니다. 그래도 포구 주변 바위나 해변으로 내려갈 생각이라면 조석과 파도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걷는 길에서는 미끄럼이 덜한 신발을 신고, 절벽 전망대에서는 난간 안쪽에 선다. 해 질 무렵 풍경이 아까워 발걸음을 늦추고 싶어도, 섬에서는 배가 하루의 끝을 정한다. 나는 금오도에 갈 때마다 조금 덜 걷더라도 항구에 여유 있게 돌아오는 일정을 고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