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보러 섬에 가려면 이렇게 잡아야 덜 고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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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보러 섬에 가려면 이렇게 잡아야 덜 고생합니다

얼마 전 완도 쪽 작은 섬에 들어갔다가 등대 하나 보겠다고 왕복 7km를 걸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바다 끝에 하얗게 서 있는 등대가 참 가깝게 느껴지는데, 실제 섬에서는 그 사이에 고개 하나, 자갈밭 하나, 물때 하나가 끼어 있습니다. 등대 여행은 낭만보다 동선이 먼저입니다. 배 시간 놓치면 예쁜 등대도 그냥 멀리서 보고 돌아서야 합니다.

제가 15년 동안 섬을 돌면서 느낀 건 분명합니다. 등대는 목적지로 잡아도 좋지만, 섬 여행 전체를 등대 하나에만 걸면 피곤해집니다. 배편, 숙소, 섬 안 이동, 트레킹 난이도까지 같이 봐야 제대로 다녀올 수 있습니다.

등대 여행은 배 시간부터 맞추는 방법

등대가 있는 섬은 대개 항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큰 섬이면 버스나 택시가 닿기도 하지만, 작은 섬은 선착장에서 걸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볼 것은 등대 위치가 아니라 입도와 출도 시간입니다.

예를 들어 오전 10시에 섬에 들어가서 오후 3시 배로 나와야 한다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은 넉넉히 잡아도 4시간 남짓입니다. 선착장에서 등대까지 편도 1시간 20분이면 왕복만 2시간 40분입니다. 점심 먹고, 사진 찍고, 길을 잘못 드는 시간까지 넣으면 빠듯합니다.

  • 섬에 머무는 시간이 3시간 이하면 선착장 가까운 등대만 잡는 편이 낫습니다.
  • 왕복 도보 2시간이 넘으면 최소 5시간 이상 체류 시간이 필요합니다.
  • 마지막 배 하나만 믿고 등대까지 깊게 들어가는 일정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 기상 예보에 풍랑이나 강풍이 있으면 전날부터 선사에 운항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겨울과 초봄에는 바람이 변수입니다. 육지에서는 괜찮아 보여도 섬 주변 바다는 다릅니다. 등대는 대체로 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곶이나 방파제 끝에 있어서, 체감 온도가 예상보다 훨씬 낮습니다. 장갑과 바람막이는 사진 장비만큼 중요합니다.

걷기 좋은 등대와 힘든 등대를 구분하는 법

등대라고 해서 다 같은 길이 아닙니다. 어떤 곳은 선착장에서 10분이면 닿고, 어떤 곳은 산길을 넘어야 합니다. 또 어떤 등대는 방파제 끝이라 평지는 맞지만, 파도가 넘는 날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게 맞습니다.

저는 등대 코스를 볼 때 세 가지를 먼저 봅니다. 고도차, 노면, 돌아오는 길입니다. 지도상 거리가 2km라도 계속 오르막이면 초보자에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4km라도 포장길이면 천천히 다녀올 만합니다.

초보자에게 맞는 코스

처음 등대 여행을 간다면 선착장 주변 방파제 등대나 마을 뒤 낮은 언덕의 등대가 좋습니다. 길이 단순하고, 중간에 마을이나 매점이 있으면 더 낫습니다. 이런 코스는 날씨가 조금 흐려도 부담이 덜합니다.

체력이 필요한 코스

능선 끝 등대나 해안 절벽 쪽 등대는 풍경은 좋습니다. 대신 길이 좁고 그늘이 없는 곳이 많습니다. 여름에는 물 1리터로 부족할 때가 있고, 11월 이후에는 해가 짧아져서 오후 늦게 출발하면 돌아오는 길이 어두워집니다. 솔직히 사진 한 장만 보고 갔다가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 코스가 이쪽입니다.

섬 안 이동수단을 미리 잡는 방법

큰 섬은 군내버스가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버스 시간이 배 시간과 딱 맞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루 몇 차례만 도는 노선도 있고, 주민 생활 시간에 맞춰 운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집니다.

택시가 있는 섬도 있지만 대수가 적습니다. 성수기 주말에는 전화가 몰립니다. 숙소를 잡았다면 사장님께 등대까지 이동이 가능한지 먼저 물어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섬에서는 숙소가 단순히 잠자는 곳이 아니라 이동 정보 창구 역할을 할 때가 많습니다.

  • 숙박 예정이면 예약 전 등대 이동 가능 여부를 물어봅니다.
  • 버스가 있다면 첫차와 막차보다 배 도착 후 실제 탑승 가능한 시간을 봅니다.
  • 전기자전거 대여가 있는 섬은 배터리 잔량과 반납 시간을 확인합니다.
  • 도보 이동이면 해안길과 산길 중 어느 쪽이 안전한지 현지에서 한 번 더 확인합니다.

근데 섬에서 가장 믿을 만한 정보는 당일 선착장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길이 막혔다거나, 공사 중이라 우회해야 한다거나, 멧돼지 출몰로 산길을 피하라는 얘기는 지도보다 마을 사람 말이 빠릅니다. 저는 처음 가는 섬에서는 매표소나 슈퍼에서 꼭 한 번 묻습니다.

물때와 날씨 때문에 달라지는 등대 풍경

등대는 같은 장소라도 물때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간조 때는 갯바위가 드러나고, 만조 때는 등대 주변까지 물이 차오릅니다. 사진만 생각하면 만조가 좋을 때도 있지만, 걷는 사람 입장에서는 간조가 편한 곳도 있습니다.

문제는 일부 해안길입니다. 평소에는 지나갈 수 있어도 물이 차면 길이 끊기는 구간이 있습니다. 이런 곳은 왕복 시간을 물때에 맞춰야 합니다. 특히 무인등대나 작은 방파제 등대는 안내판이 부족한 경우가 있어 더 조심해야 합니다.

날씨도 단순히 맑고 흐림만 볼 게 아닙니다. 바람 방향이 중요합니다. 북서풍이 강한 날 서해 섬 등대는 걷는 내내 얼굴로 바람을 맞습니다. 남해 섬은 비 예보가 약해도 해무가 끼면 시야가 확 줄어듭니다. 등대는 멀리 보여야 맛인데, 해무가 짙으면 바로 앞까지 가도 감흥이 덜합니다.

등대 여행이 잘 맞는 사람과 아닌 사람

등대 여행은 조용히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길 끝까지 가서 바다를 보고, 다시 같은 길을 돌아오는 과정이 싫지 않은 사람에게 좋습니다. 카페와 식당을 촘촘히 들르는 여행을 기대하면 심심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방파제 등대가 낫습니다. 유모차는 생각보다 갈 수 있는 곳이 적습니다. 계단, 자갈, 방풍턱이 많아서 결국 안고 가야 하는 구간이 생깁니다. 부모님과 간다면 등대 바로 앞까지 차가 닿는 섬이나 전망대형 코스를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혼자 가는 여행자라면 더 신중해야 합니다. 사람이 드문 등대길은 좋기도 하지만, 넘어지거나 길을 잃으면 도움받기 어렵습니다. 휴대폰 배터리는 절반 이하로 만들지 말고, 숙소나 지인에게 대략적인 귀환 시간을 알려두는 게 낫습니다. 섬에서는 작은 실수가 하루 일정을 통째로 흔듭니다.

제가 좋아하는 등대는 크고 유명한 곳만은 아닙니다. 선착장 옆 낡은 빨간 등대, 마을 어귀에서 20분쯤 걸어가는 낮은 흰 등대도 충분히 좋습니다. 다만 그 등대를 보러 가는 길이 내 체력과 배 시간 안에 들어와야 합니다. 섬 여행은 욕심을 조금 덜어낼수록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등대 하나를 제대로 보고, 돌아오는 배에서 바람을 맞으며 섬 윤곽이 멀어지는 걸 보는 정도면 그날 일정은 꽤 괜찮은 편입니다.

등대 보러 섬에 가려면 이렇게 잡아야 덜 고생합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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