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일출명소 제대로 고르는 방법, 차보다 배 시간이 먼저입니다

얼마 전 겨울 새벽에 울릉도 저동항 방파제에 서 있었는데, 해가 뜨기 전 바람이 먼저 얼굴을 때렸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그냥 붉은 하늘 한 장인데, 현장에서는 전날 배가 떴는지, 숙소에서 걸어 나올 수 있는지, 해 뜬 뒤 밥 먹을 곳이 있는지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동해 일출명소는 많습니다. 그런데 아무 곳이나 찍고 가면 생각보다 피곤합니다. 특히 섬이나 항구 쪽은 일출각보다 이동 동선이 먼저입니다.
제가 15년 동안 섬을 다니며 느낀 건 분명합니다. 일출 여행은 ‘어디가 제일 예쁜가’보다 ‘내가 그 시간에 거기 서 있을 수 있는가’가 먼저입니다. 강릉 정동진처럼 접근이 쉬운 곳도 있고, 울릉도처럼 배편과 결항 가능성을 안고 들어가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같은 동해라도 여행 난이도는 꽤 다릅니다.
초보자는 정동진·추암처럼 접근 쉬운 곳부터 잡는 방법
동해 일출명소를 처음 고른다면 강릉 정동진, 동해 추암촛대바위, 삼척 맹방해변 쪽이 무난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차로 접근하기 쉽고, 숙소 선택지가 많고, 일출을 본 뒤 바로 빠져나오기 좋습니다. 겨울 새벽에는 해 뜨는 시간이 대략 7시 전후라서 숙소에서 20분 안에 움직일 수 있는지가 꽤 중요합니다.
정동진은 이름값이 있습니다. 기차역과 바다가 가까워서 뚜벅이도 동선을 짜기 쉽습니다. 다만 성수기나 1월 1일에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그런 날에는 정동진역 바로 앞보다 조금 떨어진 해변 구간을 잡습니다. 사진 욕심을 줄이면 훨씬 덜 붐빕니다.
추암촛대바위는 바위 실루엣이 있어 일출 사진이 잘 나옵니다. 대신 좋은 자리는 좁습니다. 해 뜨기 40분 전에는 도착해야 앞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근데 바람 부는 날에는 체감온도가 확 떨어집니다. 장갑 없이 삼각대 만지면 손끝이 금방 얼얼해집니다.
- 처음 가는 사람: 정동진, 추암촛대바위
- 차로 움직이는 가족 여행: 삼척 맹방해변, 강릉 안목해변
- 사람 많은 곳이 싫은 사람: 유명 포인트에서 1~2km 떨어진 해변
섬에서 보는 동해 일출은 울릉도부터 계산해야 합니다
동해의 섬 일출을 말하면 울릉도를 빼기 어렵습니다. 저동항, 내수전 일출전망대, 관음도 방향은 날만 맞으면 바다에서 해가 아주 선명하게 올라옵니다. 그런데 울릉도는 예쁜 풍경보다 배편이 먼저입니다. 포항, 후포, 묵호, 강릉 쪽에서 배가 들어가지만 계절과 선사 사정에 따라 운항 시간이 달라집니다. 출발 전에는 여객선사와 여객선 예매 서비스를 같이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울릉도 취재에서 제일 많이 본 변수는 파도였습니다. 비가 안 와도 배가 안 뜰 수 있습니다. 특히 겨울 동해는 바람과 너울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2박 3일 일정으로 들어갔다가 3박 4일이 되는 일도 있습니다. 회사 연차가 딱 맞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울릉도 일출 여행은 욕심을 조금 덜어내야 합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는 걸어 올라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벽에 길이 어둡고, 겨울에는 결빙 구간도 생깁니다. 택시를 부를 수는 있지만 수요가 몰리는 날에는 쉽지 않습니다. 숙소를 저동 쪽으로 잡으면 새벽 이동이 편합니다. 반대로 도동에 묵으면 식당과 항 접근성은 좋은데, 일출 포인트까지 움직이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립니다.
울릉도 일출 일정은 이렇게 잡는 편이 낫습니다
첫날은 입도와 숙소 체크인, 둘째 날 새벽 일출, 낮에는 해안도로나 나리분지, 셋째 날 출도 정도가 기본입니다. 독도까지 넣고 싶다면 일정은 더 느슨해야 합니다. 솔직히 2박 3일에 울릉도 일출과 독도, 트레킹까지 다 넣으면 날씨 한 번에 일정이 흔들립니다. 섬은 욕심을 낼수록 피곤해집니다.
트레킹까지 생각하면 해파랑길 구간을 붙이면 좋습니다
동해 일출명소를 단순히 보고 끝내기 아쉽다면 해파랑길 일부 구간을 붙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강릉, 동해, 삼척, 울진 쪽은 바다를 끼고 걷는 구간이 많습니다. 다만 일출 직후 바로 긴 코스를 걷는 건 생각보다 힘듭니다. 새벽에 몸이 굳어 있고, 바닷바람을 맞은 뒤라 체력이 빨리 빠집니다.
저는 보통 일출 포인트에서 1시간 안쪽으로 걸을 수 있는 짧은 코스를 붙입니다. 예를 들면 추암에서 촛대바위 주변을 보고, 동해안 산책로를 짧게 걷는 식입니다. 삼척에서는 맹방해변 일출 뒤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를 붙이면 부담이 덜합니다. 코스가 길지 않고 바다 조망이 이어져서 초보자도 걷기 좋습니다.
울진 쪽은 후포항, 죽변항, 망양정 일대가 일출과 걷기를 묶기 좋습니다. 단, 대중교통으로 움직이면 배차 간격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시골 버스는 도시처럼 기다리면 오는 구조가 아닙니다. 전날 숙소에서 택시 호출 가능 여부를 물어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 가볍게 걷기: 추암촛대바위 주변 산책로
- 반나절 코스: 삼척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 조용한 분위기: 울진 망양정 주변
성수기와 비수기, 체감 차이가 큽니다
동해 일출 여행은 날짜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은 숙박비와 교통량이 확 올라갑니다. 유명 해변 주변은 주차가 먼저 막히고, 해 뜬 뒤 빠져나오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저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새해 첫날보다 1월 둘째 주 평일을 더 좋아합니다. 해는 똑같이 뜨고, 사람은 훨씬 적습니다.
여름은 또 다릅니다. 해가 너무 일찍 뜹니다. 5시 전후에 일출을 보려면 4시대에 움직여야 합니다. 대신 추위 부담은 적고, 일출 뒤 해변 산책이 편합니다. 겨울은 해가 늦게 떠서 시간은 편하지만 바람이 문제입니다. 바닷가 숙소라고 해서 모두 따뜻한 것도 아닙니다. 오래된 민박은 창틀로 바람이 들어오는 곳도 있습니다.
숙소는 ‘오션뷰’보다 위치를 먼저 봅니다. 일출 포인트까지 걸어서 갈 수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차를 가져가도 새벽 주차가 막히면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정동진, 추암, 호미곶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숙소 위치가 여행의 절반입니다.
동해 일출명소를 고를 때 제가 보는 기준
저는 장소를 고를 때 세 가지를 봅니다. 첫째, 전날 밤 도착이 가능한가. 둘째, 새벽 이동이 단순한가. 셋째, 날씨가 틀어졌을 때 대체 일정이 있는가. 이 기준으로 보면 유명한 곳보다 덜 알려진 항구가 더 나을 때도 많습니다.
예쁜 사진을 원하면 바위나 등대가 있는 곳이 유리합니다. 촛대바위, 등대전망대, 방파제 끝 같은 곳입니다. 조용히 보고 싶으면 넓은 백사장이 낫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방파제 끝이나 절벽 전망대는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새벽에는 발밑이 잘 안 보이고, 바람이 강하면 중심 잡기도 어렵습니다.
섬으로 들어간다면 일정표에 빈칸을 남겨야 합니다. 울릉도는 물론이고 동해안 작은 항에서 출발하는 배들도 바다 상황을 탑니다. 배가 뜨는 날과 내가 타고 싶은 날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걸 인정하고 가면 마음이 덜 상합니다.
동해 일출은 결국 성격에 맞게 고르는 여행입니다. 사람들 틈에서도 새해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정동진이나 호미곶이 맞고, 조용히 바다 앞에 서 있고 싶다면 삼척이나 울진의 작은 해변이 낫습니다. 섬의 일출을 보고 싶다면 울릉도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하루 이틀쯤 묶일 수 있다는 마음까지 같이 챙겨야 합니다. 저는 그래서 동해 일출을 보러 갈 때마다 카메라보다 배 시간표와 바람 예보를 먼저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