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가볼만한곳 배편부터 골라 여행하는 방법

섬에 들어가는 배보다 나오는 배를 놓쳐 일정이 꼬인 적이 더 많았다. 바람이 거세지면 오후 배가 먼저 끊기기도 하고,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다 선착장까지 돌아갈 차를 못 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섬 가볼만한곳을 고를 때 나는 풍경보다 왕복 배편과 섬 안 이동 수단을 먼저 본다. 덕적도, 비금도·도초도, 우도는 모두 갈 만하지만 여행에 필요한 시간은 꽤 다르다.
배를 타기 전에 돌아올 길부터 잡는다
먼저 출발항과 도착항을 적는다. 같은 섬이라도 배가 닿는 항구가 둘 이상이면 돌아오는 배를 다른 항구에서 탈 수 있다. 예약 화면에 적힌 항구 이름을 숙소에 알려주고, 선착장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갈지도 묻는다. 섬에서는 지도상 5㎞가 가깝지 않다. 버스 간격이 길거나 택시가 적으면 그 거리가 하루 동선을 바꾼다.
배 시간은 계절과 요일, 선박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예전에 본 여행기의 출항 시각을 일정표처럼 믿으면 곤란하다. 예매할 때 운항사 안내로 왕복편을 확인하고, 전날에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다음 날 운항 예보를 본다. 예보에 운항으로 나와도 당일 안개나 바람 때문에 바뀔 수 있으니 아침에 다시 확인한다. 서해 섬의 해변이나 갯벌을 걸을 생각이라면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 정보도 함께 봐야 한다. 물이 빠졌을 때와 들어왔을 때 걸을 수 있는 자리가 다르다.
덕적도는 해변과 산길을 하루씩 나눠 걷는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이나 대부도 쪽에서 덕적도로 들어간다. 쾌속선과 차량을 싣는 배는 소요 시간과 승선 방식이 다르므로, 차를 가져갈지부터 정해야 한다. 차 없이 간다면 진리선착장에 내려 숙소로 가는 버스나 픽업 차량을 먼저 맞춰 두는 편이 편하다. 섬 안에 버스가 있지만 원하는 해변을 잇달아 돌 수 있을 만큼 촘촘한 교통편으로 생각하면 난감하다.
첫날은 서포리에 짐을 풀고 해변과 뒤편 소나무 숲을 걷는 동선이 무난하다. 서포리에는 숙소가 모여 있어 늦게 도착해도 움직임이 단순하다. 다음 날 아침 비조봉을 걷고, 시간이 남으면 밧지름해변으로 내려가는 식이다. 비조봉은 해발 약 292m로 높이만 보고 가볍게 볼 산은 아니다. 흙길과 오르막에서 땀이 나므로 물과 운동화를 챙긴다. 북쪽 능동자갈마당까지 넣고 싶다면 차량 이동을 숙소에 미리 물어보는 게 낫다.
여름 성수기에는 서포리 숙소와 배 좌석을 함께 잡아야 한다. 반대로 한산한 계절에는 문을 여는 식당과 숙소가 줄 수 있다. 내 기준에 덕적도는 바다를 보며 걷고 하룻밤 쉬려는 사람에게 맞는다. 해변 여러 곳을 찍고 곧바로 돌아올 당일치기라면 이동 시간이 아깝다.
비금도와 도초도는 한 섬처럼 움직이되 1박을 잡는다
비금도와 도초도는 다리로 이어져 있어 한 번에 여행하기 좋다. 목포에서 도초도로 들어가거나, 신안 암태도 남강항에서 비금도 가산항으로 들어가는 길을 생각할 수 있다. 어느 항로가 내 날짜에 맞는지는 예약할 때 다시 확인해야 한다. 차를 싣는다면 차량 좌석과 탑승 절차도 여객 좌석과 별도로 확인한다. 두 섬은 넓고 볼거리가 흩어져 있어 차 없이 가면 숙소 픽업과 현지 이동편을 먼저 확보하는 편이 낫다.
도초도에 내렸다면 수대항 근처의 환상의정원과 수국공원부터 걷는다. 수국은 시기가 맞을 때 볼거리이고, 다른 계절에는 팽나무 길을 천천히 걷는 쪽이 좋다. 이후 시목해수욕장으로 가면 긴 백사장과 해송 숲길이 나온다. 여름에는 해변 가까운 숙소나 야영장에 짐을 두고 쉬기 좋다. 다만 야영장 운영 여부와 편의시설은 계절마다 확인해야 한다.
다음 날 다리를 건너 비금도 하누넘해수욕장으로 간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해변 모양이 알려져 있지만, 내게 더 오래 남는 건 그곳까지 이어지는 조용한 길이었다. 비금도 해변과 도초도 수국공원을 같은 날 급하게 묶으면 차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두 섬은 한 장소를 오래 걷고 싶은 사람, 운전이 가능하거나 이동편을 미리 잡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맞는다. 도보 여행이라면 항구 가까운 곳에 숙소를 두고 한 섬만 골라도 충분하다.
우도는 짧은 뱃길보다 마지막 배 시간이 중요하다
우도는 제주 성산항에서 배로 약 10~15분 거리다. 천진항과 하우목동항 중 어디로 들어가고 나오는지 승선권을 보고 확인한다. 배 타는 시간이 짧아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여름에는 승선 대기와 섬 안 도로의 혼잡을 감안해야 한다. 겨울에는 해가 짧고 바람도 거칠다. 성산으로 돌아온 뒤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날이라면 우도 방문을 앞쪽 일정에 두는 편이 마음 편하다.
하우목동항에 내리면 서쪽 해안을 따라 홍조단괴해변을 보고, 하고수동해변과 검멀레해변을 거쳐 우도봉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우도봉을 걸을 생각이라면 해변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섬 둘레가 약 17㎞라 전부 걷기보다는 순환버스나 자전거로 큰 구간을 옮기고 마음에 드는 해안에서 걸음을 늦추는 편이 좋다. 전기차는 대여 조건을 먼저 확인하고, 제주에서 빌린 차를 그대로 싣겠다는 계획은 우도 차량 반입 기준부터 확인해야 한다.
당일 방문객은 마지막 배보다 한 편 앞선 귀항편을 목표로 잡는다. 바람이 세지거나 승선 대기 줄이 길어져도 여유가 생긴다. 우도에서 밤까지 머물고 싶다면 숙소와 저녁 식사 가능 여부를 먼저 묻는다. 사람이 빠져나간 뒤의 해안은 낮과 분위기가 다르지만, 다음 날 배가 흔들리면 제주 일정도 함께 밀린다. 세 섬 중 어디가 가장 좋은지는 쉽게 못 고르겠다. 대신 내 일정에 하루가 더 생겼을 때 어디에 머물고 싶은지는 배에서 내리면 금세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