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시도 여행 배편과 물때에 맞춰 걷는 방법

삽시도에 들어갈 때면 배에서 내리기 전에 돌아갈 배 시간부터 다시 봅니다. 면삽지로 가는 길은 썰물에 열리고, 물망터도 물이 빠져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두 번 물이 빠진다고 해서 내 배 시간과 맞는 것은 아니더군요. 삽시도 여행은 가고 싶은 곳을 먼저 고르기보다 배편과 물때를 나란히 놓고 동선을 짜야 편합니다.
대천항에서 왕복 배편부터 잡기
삽시도행 배는 보령 대천항에서 탑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안내하는 대천∼장고도 항로가 삽시도를 거쳐 갑니다. 대천항에서 삽시도까지는 대체로 40분 안팎이지만, 날짜와 운항 편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전에 본 시간표를 믿고 항구에 가기보다 여행 날짜를 정한 뒤 가보고 싶은 섬에서 왕복 좌석과 운항 시각을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돌아오는 편도 함께 예약해야 합니다. 섬에서 나오는 배의 출발 시각을 놓치면 그날 일정 전체가 바뀝니다. 바람이 세거나 바다 상태가 나쁘면 결항할 수 있으니, 전날에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다음 날 운항 예보를 보고 당일 아침에는 실제 운항 여부를 다시 확인합니다. 다음 날 꼭 출근해야 하는 일정이라면 마지막 날을 빠듯하게 잡지 않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삽시도에는 밤섬과 술뚱 선착장이 있습니다. 실제로 어느 곳에 내리고 타는지는 예약할 때 선사에 확인해 두세요. 숙소에 픽업을 부탁할 생각이라면 선착장 이름과 도착 편명을 함께 알려줘야 엇갈리지 않습니다. 신분증도 챙깁니다. 배가 가까운 섬이라고 해서 육지의 버스처럼 생각하면 출발부터 꼬이기 쉽습니다.
내린 뒤에는 숙소와 돌아갈 선착장을 확인하기
배에서 내리면 먼저 돌아갈 선착장 위치를 확인하고 숙소로 움직입니다. 삽시도에는 해변과 마을이 여럿 떨어져 있어 짐을 든 채 섬 전체를 걸어 다니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립니다. 차 없이 들어간다면 예약할 때 숙소 픽업이 가능한지, 돌아가는 날에는 어느 선착장까지 데려다주는지 묻는 게 좋습니다. 섬 안 이동을 육지의 택시나 버스에 맡기겠다는 계획은 미리 확인하지 않은 이상 세우지 않습니다.
숙소는 걷고 싶은 곳을 기준으로 고릅니다. 진너머 쪽에 묵으면 둘레길을 시작하기 편하고, 밤섬 쪽은 그 부근 해변과 선착장을 이용하기 수월합니다. 민박과 펜션을 예약할 때는 방값만 보지 말고 식사가 되는지, 근처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지, 차량 이동을 도와주는지까지 물어보세요. 성수기에는 숙소와 배 좌석을 일찍 확보해야 하고, 비수기에는 식당 운영이나 픽업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늦게 도착하는 날이라면 먹을거리도 미리 챙기는 편이 낫습니다.
면삽지와 물망터는 물때에 맞춰 걷기
짐을 내려놓고 걷는다면 진너머 해변에서 출발하는 동선이 무난합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소개하는 삽시도 둘레길은 진너머 해변에서 면삽지, 물망터, 황금곰솔을 지나 밤섬 해변 쪽으로 이어지는 약 5km 길입니다. 안내된 소요 시간은 약 2시간 40분이지만, 면삽지까지 내려갔다 올라오고 물때를 기다리면 더 걸립니다. 저는 돌아오는 배가 있는 날에는 걷는 시간만큼 항구로 돌아갈 시간도 따로 떼어 둡니다.
면삽지는 물이 빠질 때 본섬과 이어지는 작은 섬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것과 아래로 내려가 건너보는 것은 느낌이 다릅니다. 다만 길이 드러났다고 곧바로 건너지는 않습니다. 되돌아올 시간까지 생각해야 하고,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사진 한 장 때문에 더 머물 이유가 없습니다. 갯바위와 젖은 계단도 미끄러우니 바닥이 단단한 신발이 편합니다.
물망터는 썰물 때 드러나는 샘입니다. 찾아가는 길이 초행자에게는 헷갈릴 수 있어 이정표와 현장 상태를 살피며 걷는 게 좋습니다. 두 곳을 모두 보려면 국립해양조사원 조석예보에서 방문 날짜의 간조 시각을 먼저 확인하고, 배 도착 시각과 대조해 보세요. 간조 시각이 배를 타고 오가는 시간과 겹친다면 면삽지와 물망터를 억지로 한 번에 넣지 않습니다. 그날은 전망대와 숲길을 걷고, 물이 빠지는 시간이 맞는 날에 다시 오는 편이 낫습니다.
하루 일정과 하룻밤 일정은 다르게 잡기
당일치기라면 배에서 내려 숙소 짐을 풀 시간이 없는 만큼 목표를 하나로 줄입니다. 간조가 섬에 머무는 시간과 맞으면 진너머에서 면삽지 쪽으로 걷고, 맞지 않으면 해변과 둘레길 전망대까지만 다녀옵니다. 황금곰솔까지 무조건 찍고 되돌아오는 식으로 걷다 보면 정작 바다를 볼 시간이 없어집니다. 해수욕장도 진너머, 거멀너머, 밤섬을 전부 돌기보다 돌아가는 선착장과 가까운 곳 하나를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하룻밤 묵으면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첫날에는 도착과 숙소 이동을 마친 뒤 물때에 맞는 구간을 걷고, 저녁에는 가까운 해변에서 쉽니다. 다음 날에는 전날 놓친 구간을 짧게 다녀오되, 배 출항 전에 선착장으로 돌아올 시간을 넉넉히 남깁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갯벌 체험을 운영하는 숙소나 마을 프로그램을 알아볼 수 있지만, 체험 시각도 물때에 따라 달라지니 숙소 예약 때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삽시도는 짧은 배 여행과 숲길 걷기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반대로 정해진 시각마다 교통편을 타고 여러 명소를 빠르게 도는 여행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도 이 섬에서는 볼거리의 개수보다 간조 한 번을 여유 있게 만나는 쪽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