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여행 배편부터 잡고 걷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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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여행 배편부터 잡고 걷는 방법

거문도에 갈 때마다 먼저 적는 건 풍경 이름이 아니라 돌아오는 배 시각이다. 여수에서 두 시간가량 바다를 건너왔는데, 오후 배를 놓치면 일정이 하루 늘어난다. 거문도 여행은 배편을 확정하고 그 사이에 걸을 길을 넣어야 마음이 편하다.

여수에서 들어갈 때는 귀항편부터 예약한다

여수시 관광 안내에 실린 하멜호 시각은 여수 출발 07시 30분과 13시 10분, 거문도 출발 10시 20분과 15시 40분이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나로도와 손죽도, 초도 등을 거쳐 거문항까지 약 2시간 걸린다. 배에 차를 실을 수 없는 항로다. 다만 운항 시각은 월별로 바뀔 수 있으니 이 숫자를 고정 시간표로 믿으면 곤란하다. 표를 끊을 때 한국해운조합 여객선예매에서 날짜별 편을 보고, 출발 전날과 당일에는 선사에 운항 여부를 다시 묻는다.

오전 배로 들어가 오후 배로 나오면 섬에 머무는 시간은 대략 6시간이다. 등대만 다녀올 생각이라면 가능하지만, 식사와 백도 유람까지 넣으면 발걸음이 급해진다. 오후 배로 들어가면 도착할 무렵 하루가 거의 지나므로 1박을 전제로 잡는 편이 낫다. 고흥 녹동에서도 거문도로 가는 배가 있다. 어느 항구가 편한지는 출발지보다 돌아올 날짜의 운항편을 먼저 대조해 결정한다. 여수행과 녹동행은 선박과 운항 방식이 달라 한쪽 표가 없다고 다른 쪽도 같으리라 생각하면 안 된다.

승선할 때는 신분증을 챙긴다. 바다는 항구에서 잔잔해 보여도 항로 바깥 파고 때문에 배가 멈출 수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내일의 운항예보’는 계획을 세우는 데 유용하지만 예측 정보다. 안개와 급한 기상 변화까지 확정해 주지는 않는다. 결항 가능성이 있는 날에는 육지로 돌아와야 하는 날의 기차나 비행기를 촘촘히 붙이지 않는 게 좋다.

거문항에서 등대까지는 이렇게 걷는다

배가 닿는 거문항은 고도에 있다. 숙소와 식당이 이 일대에 모여 있어 짐을 맡기거나 점심을 해결하기 편하다. 항구에서 삼호교를 건너 서도로 들어간 뒤 유림해수욕장, 목넘어, 동백 숲을 지나 거문도등대로 향한다. 여수시 관광 안내는 선착장에서 등대까지 도보 약 1시간으로 잡는다. 왕복에 사진 찍는 시간까지 더하면 2시간 반 안팎은 비워 두는 게 여유롭다.

길의 인상은 목넘어에서 달라진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바다가 가까워 보이는 만큼 몸도 금방 식는다. 목넘어를 지나 동백 숲 오솔길에 들어서면 그늘이 깊고, 등대에 닿아서는 시야가 한꺼번에 열린다. 등대까지의 길이 어렵지는 않아도 해가 강한 날에는 물과 모자가 필요하다. 아이나 걷는 속도가 느린 동행이 있다면 등대 하나만 목표로 잡아도 충분하다.

섬 안 이동을 도심 버스처럼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고도와 서도는 삼호교로 이어져 걸을 수 있지만, 항구에서 등대 입구까지는 거리가 있다. 택시를 쓸 생각이라면 배에서 내린 뒤 찾기보다 숙소나 선착장에서 운행 가능 여부와 요금을 먼저 확인한다. 배 시간에 쫓기는 날에는 갈 때 차량을 이용하고 돌아올 때 걷는 방식도 괜찮다. 차를 어디까지 태워 주는지에 따라 실제 걷는 시간이 달라진다.

긴 트레킹과 백도는 하루에 욕심내지 않는다

등대 왕복이 아쉽다면 신선바위와 기와집몰랑, 불탄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소개한 거문항 출발 순환 코스는 약 12.3㎞, 걷는 시간 약 5시간이다. 이 숫자에는 긴 식사나 배를 기다리는 시간이 넉넉히 들어 있지 않다. 계단과 오르막도 있어 평지 12㎞처럼 계산하면 막판에 힘이 빠진다. 숲길 중간에는 식당이나 매점이 없으니 물과 간단한 먹거리를 항구에서 챙긴다.

오전 배로 들어와 같은 날 오후 배를 타야 한다면 나는 긴 순환 코스 대신 등대 왕복을 고른다. 불탄봉까지 간 뒤 귀항 시각을 의식하며 내려오는 길은 풍경을 볼 틈이 적다. 반대로 걷는 게 여행의 목적이라면 1박을 하고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쪽이 낫다. 길 상태와 바람을 보고 신선바위 부근에서 되돌아설 여지도 남겨 둔다.

백도 유람선은 거문도에서 출발해 바위섬 주위를 돌아온다. 백도에 내려 걷는 일정은 아니다. 유람에는 왕복 약 2시간이 들고, 날씨와 모객 상황에 따라 출항하지 않을 수 있다. 예약할 때는 출항 시각뿐 아니라 거문도로 돌아오는 시각을 여객선 출항 시각과 나란히 놓고 확인한다. 백도를 꼭 보고 싶다면 유람선이 뜨지 않을 때 대신 걸을 코스도 정해 두는 편이 좋다. 먼바다를 한 번 더 나가는 일이어서 배멀미가 심한 사람에게는 등대 산책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숙소는 항구 가까이, 일정은 하루 느슨하게

처음 가는 사람에게는 거문항 가까운 숙소가 실용적이다. 배에서 내려 짐을 옮기기 쉽고, 다음 날 운항 상황이 바뀌어도 터미널에 다녀오기 수월하다. 성수기에는 배표와 방을 함께 확보하고, 비수기에는 숙소를 잡을 때 저녁 식사를 어디서 할지도 묻는다. 섬에서는 문을 여는 식당이 계절과 요일에 따라 달라진다. 숙소가 식사를 제공하는지, 이른 아침 배를 타기 전 짐을 어떻게 찾을지도 예약할 때 확인해 둔다.

물때는 백도 유람선이나 등대 길의 출발 시각을 정하는 기준이라기보다, 갯바위에 내려가거나 낚시할 계획이 있을 때 따로 챙겨야 할 정보다. 목넘어 같은 바닷가에서는 만조 시각과 파도를 함께 봐야 한다. 사진 한 장 더 찍으려고 젖은 바위로 내려갈 이유는 없다. 여름에는 햇볕과 숙소 예약이 변수이고, 겨울에는 바람과 결항이 더 크게 느껴진다. 어느 계절이든 돌아올 배가 밀릴 때 하루 더 머물 수 있는지까지 생각하면 짐과 일정이 달라진다.

거문도는 짧은 시간에 명소를 많이 찍고 나오는 섬으로는 아깝다. 배가 닿는 항구에서 걸음을 시작해 등대까지 다녀오고, 여유가 남으면 골목과 바닷가를 천천히 보는 편이 이 섬과 잘 맞는다. 나는 배 시간을 확인한 뒤 남는 시간을 적는 순간부터 거문도 여행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거문도 여행 배편부터 잡고 걷는 방법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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