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횟집 고르려면 배 시간부터 맞추는 방법

흑산도에서 배를 내리면 저는 식당 간판보다 돌아가는 배 시간을 먼저 봅니다. 예리항에서 회 한 접시 먹는 일은 쉬워 보여도, 출항이 당겨지거나 바람 때문에 일정이 바뀌면 느긋한 점심이 금세 급해집니다. 흑산도 횟집은 이름난 한 곳을 찍어두는 것보다 그날 동선에 맞는 곳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예리항에 내리면 돌아갈 배부터 확인한다
목포에서 들어오는 배가 닿는 곳은 예리항입니다. 여객선터미널 주변에 식당과 숙소가 모여 있어, 당일치기라면 멀리 이동하지 않고 식사를 해결하기 좋습니다. 목포에서 흑산도까지는 쾌속선으로 대략 2시간 걸리지만 운항 시각은 날짜와 선사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왕복 배표를 잡았더라도 출발 전날과 당일 아침에 운항 안내를 다시 보는 이유입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일주 관광을 떠날 계획이라면 점심을 먼저 먹을지, 돌아와서 먹을지 정해야 합니다. 저는 출항까지 남은 시간을 적어 보고 식당에 들어갑니다. 마지막 배까지 여유가 적다면 회를 뜨고 매운탕까지 끓이는 식사보다 백반이나 단품 식사가 마음 편합니다. 승선 전에는 터미널로 돌아와야 하고, 신분증도 챙겨야 합니다. 밥 먹는 시간을 출항 시각에 딱 맞춰 잡을 수는 없습니다.
비가 온다고 반드시 결항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항구에서 하늘이 맑아 보여도 바다 상태에 따라 배가 못 뜰 수 있습니다. 선사 운항 안내에 변동이 생기면 식당 예약 시간도 함께 조정하는 게 좋습니다. 돌아가는 배편이 불확실한 날에는 긴 코스 요리를 주문하기 전에 상황부터 확인합니다.
횟집에 들어가기 전 세 가지만 묻는다
예리항 근처에서 메뉴판을 볼 때 저는 먼저 오늘 내는 생선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모둠회’라는 이름만으로는 어종과 양을 알기 어렵습니다. 그다음은 가격입니다. 인원수에 맞는 작은 상이 있는지, 매운탕과 밥이 포함되는지 따로 계산하는지 확인합니다. 배 시간까지 식사를 마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손님이 한꺼번에 들어온 직후라면 평소보다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 오늘 회에 들어가는 어종과 한 접시의 양
- 매운탕·밥·반찬의 포함 여부와 총가격
- 주문부터 식사가 끝날 때까지 예상 시간
자연산이라는 말만 듣고 주문하지는 않습니다. 생선 종류와 원산지, 가격을 먼저 확인해야 나중에 서로 불편하지 않습니다. 흑산도에 왔다고 모든 횟집의 모든 생선이 그날 흑산 앞바다에서 잡힌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어종이 있다면 있는지 물어보고, 없으면 그날 준비된 생선 가운데 고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두 사람이 큰 모둠회를 시키면 남기기 쉽습니다. 반찬 가짓수보다 회의 양을 물어보는 게 더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서너 명이 저녁에 천천히 먹을 계획이라면 회와 탕을 나눠 먹기 좋습니다. 당일치기 점심과 숙박하는 날 저녁은 같은 횟집에 들어가도 주문 기준이 달라집니다.
홍어를 먹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메뉴를 나눈다
흑산도에 가면 홍어를 꼭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홍어 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한 상을 받으면 생각보다 식사가 어려워집니다. 홍어를 처음 먹는 일행이 있다면 삭힘 정도와 소량 주문 가능 여부를 먼저 묻습니다. 생선회나 구이, 매운탕을 함께 주문할 수 있는지도 확인하고요. 모두가 홍어를 좋아한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흑산도 홍어를 기대했다면 메뉴 이름만 보지 말고 원산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홍어는 다른 해역에서도 잡히고, 식당마다 준비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갓 잡은 홍어와 숙성한 홍어는 맛과 향이 다르니 어느 쪽인지 물어보면 주문하기 수월합니다. 한국관광공사도 흑산도 홍어를 소개하면서 숙성 홍어의 음식문화와 산지에 따른 차이를 함께 설명합니다.
저라면 처음부터 비싼 홍어 큰 접시를 고르지 않겠습니다. 일행 중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하고 저녁 시간이 넉넉할 때 주문하겠습니다. 배를 타기 직전 속이 불편하거나 멀미가 심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탕이나 밥 한 그릇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섬에서는 유명한 메뉴보다 다음 이동을 편하게 해 주는 식사가 기억에 남을 때도 있습니다.
당일치기와 하룻밤 일정은 식사 자리가 다르다
당일치기라면 예리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을 우선 봅니다. 섬 안쪽을 둘러본 뒤 항구로 돌아와 식사할 생각이라면 차량이 언제 돌아오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관광버스나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가 식당을 찾아 먼 길을 되돌아오는 동선은 시간이 아깝습니다. 항구 근처에서 먹고 이동하거나, 관광을 끝낸 뒤 항구에서 먹는 편이 단순합니다.
하룻밤 묵는다면 저녁 식사가 한결 여유롭습니다. 다만 성수기에는 단체 손님이 몰릴 수 있고, 비수기에는 일찍 문을 닫거나 쉬는 식당이 있습니다. 숙소를 정한 뒤 가까운 식당의 영업 여부를 전화로 확인하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배가 늦게 도착하는 날에는 도착해서 찾겠다는 생각보다 미리 식사 가능 시간을 물어보는 게 안전합니다.
결항으로 하루 더 묵게 된 적이 있는 여행자라면 식사 예산도 생각해 둘 만합니다. 첫날 회를 푸짐하게 먹고, 다음 날에는 백반이나 탕으로 바꾸면 부담이 덜합니다. 흑산도에서의 한 끼는 바다를 보는 시간과 배를 기다리는 시간 사이에 놓입니다. 제게 좋은 횟집은 간판이 화려한 곳보다, 그날 배 시간에 맞춰 먹고 편하게 항구로 돌아올 수 있는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