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일출 명소에서 해 뜨는 시간 맞추는 방법

섬 취재를 다닐 때는 풍경보다 먼저 배 시간을 적는다. 강원도 일출도 순서가 비슷하다. 해변 사진부터 고르면 새벽에 이동할 차편이 없거나, 해 뜰 무렵에야 주차장에 들어서는 일이 생긴다. 강원도 일출 명소를 고를 때는 어디가 더 유명한지보다 전날 어디서 잘지, 어둠 속에서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부터 따져보는 편이 낫다.
일출 시각보다 먼저 전날 동선을 잡는다
정동진, 추암, 고성 공현진은 모두 동해를 향하지만 여행 방식은 꽤 다르다. 기차를 타고 가서 걸어 다닐 생각이라면 정동진이 편하다. 바위와 해를 한 장면에 담고 싶다면 추암이 맞다. 겨울 바다를 조금 조용히 보고 싶다면 공현진의 옵바위를 생각할 만하다. 세 곳을 하루 새벽에 묶을 필요는 없다. 해가 뜨는 시간은 한 번뿐이고, 어두운 해안도로에서 서두를 이유도 없다.
날짜를 정했다면 한국천문연구원에서 해당 지역의 일출 시각을 확인한다. 그 시각에 도착하는 계획은 빠듯하다. 주차하고, 해변으로 걸어가고, 바다 쪽 하늘이 열려 있는 자리를 찾을 시간을 따로 잡아야 한다. 나는 보통 일출 시각보다 30분쯤 먼저 현장에 서는 쪽으로 동선을 짠다. 구름이 있으면 달력에 적힌 시각보다 늦게 해가 보일 수도 있다. 그 간격까지 일출 풍경의 일부다.
숙소도 같은 기준으로 고른다. ‘바다가 보이는 객실’이라는 말보다 새벽에 해변까지 걸어갈 수 있는지가 실용적이다. 차가 있다면 주차 위치와 숙소 출입 시간을 확인하고, 대중교통 여행이라면 일출 뒤 역이나 터미널로 돌아가는 길까지 생각해 둔다. 새벽 첫 버스가 해 뜨는 시각보다 늦을 수 있어 버스 운행을 전제로 한 숙소 선택은 조심스럽다.
기차 여행이라면 정동진 해변에서 기다린다
정동진에서는 역 앞 해변으로 나가는 동선이 가장 단순하다. 기차에서 내려 주변을 익히고, 숙소에 짐을 둔 뒤 다음 날 새벽 같은 길을 걸으면 된다. 한국관광공사도 정동진역 앞 해변과 모래시계공원 앞 바다를 이용하기 쉬운 장소로 안내한다. 일출을 보고 나서 해변을 따라 걷거나 모래시계공원 쪽으로 이동하기에도 좋다.
다만 ‘정동진역에서 일출을 본다’와 ‘정동진 해변에서 일출을 본다’는 동선이 다르다. 역 안으로 들어갈 계획이라면 열차표나 관광 입장 조건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해만 보려는 여행이라면 굳이 역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또 열차가 새벽에 도착한다는 기억만 믿고 무박 일정부터 잡지 않는 게 좋다. 운행 시각은 바뀌니 코레일에서 도착 열차와 돌아갈 열차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정동진은 처음 강원도 일출을 보러 가는 사람, 운전을 피하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다. 대신 새해 첫날처럼 사람이 몰리는 날에는 해변의 조용한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숙박비가 부담스럽다면 날짜를 옮기는 편이 현장에서 몇 걸음 덜 붐비는 자리를 찾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바위가 있는 일출은 추암 해변에서 본다
동해시 추암에 도착하면 먼저 해변에서 촛대바위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본다. 해가 바위에 걸린 장면만 떠올리고 무작정 전망대로 오르기보다, 해변 쪽에서 바위와 수평선을 함께 넣을지 결정하는 게 좋다. 서 있는 위치와 계절에 따라 해가 뜨는 방향도 달라진다. 특정 날짜에 해가 바위 끝에 정확히 얹힌다고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추암의 장점은 일출 뒤 동선이다. 해변에서 해를 보고 밝아진 뒤 촛대바위 주변을 걸으면 어둠 속 계단을 서둘러 오를 일이 적다. 전망대 쪽에는 계단이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와 함께라면 해변에서 보는 쪽이 현실적이다. 추암 해변은 상시 이용할 수 있지만, 주변 시설의 운영 시간까지 같지는 않다. 출렁다리 관람을 새벽 일정에 넣었다면 당일 운영 시간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곳이지만, 한겨울 파도가 높을 때 바위 가까이 가는 계획은 접는 편이 낫다. 물에 젖은 바위와 방파제는 해가 뜬 뒤에도 미끄럽다. 촛대바위를 보려고 안전한 해변 밖으로 나갈 이유는 없다. 추암은 차로 이동하며 일출 뒤 동해 시내까지 둘러볼 사람에게 특히 알맞다.
겨울에 한적한 쪽을 찾는다면 공현진 옵바위
고성 공현진의 옵바위는 정동진이나 추암보다 일정이 조금 느슨할 때 권하고 싶다. 한국관광공사는 겨울철 공현진 해변에서 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이 장면도 날짜와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달라진다. 현장에서는 바위 사이에 해를 꼭 맞추려 발을 옮기기보다, 파도와 포구가 함께 보이는 안전한 곳을 먼저 찾는 편이 좋다.
이곳은 포구의 새벽 기운을 오래 보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린다. 반대로 숙소에서 나와 바로 식당과 카페를 고르고 싶은 여행이라면 정동진 쪽이 편할 수 있다. 공현진으로 간다면 전날 먹을 곳과 아침 이동 수단을 미리 정해두는 게 좋다. 방파제는 어민이 일하는 공간이고, 높은 파도와 강풍이 있을 때는 가까이 가지 않는다. 바다를 보는 일보다 돌아오는 길이 늘 먼저다.
맑음 표시만 믿지 말고 바다 상태를 본다
일출 전날에는 하늘의 구름량과 함께 바람, 파도 예보를 확인한다. 일출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해안 날씨와 특보는 기상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맑은 날이라도 바람이 강하면 새벽 해변에 오래 서 있기 힘들다. 반대로 구름이 조금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정을 버릴 필요는 없다. 수평선 위 구름의 높이와 틈은 현장에 가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신발은 모래와 젖은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으로 고르고, 겨울에는 손가락이 움직이는 장갑을 챙긴다.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차에 탈 생각이어도 해 뜨기 전 20~30분은 생각보다 길다. 아이나 어르신과 함께라면 해변 바로 앞 숙소를 잡아 기다리는 시간을 조절하는 편이 낫다.
내가 다시 간다면 기차로 움직이는 날은 정동진, 차를 가져가 바위 풍경을 보고 싶은 날은 추암, 겨울 포구에서 천천히 아침을 맞고 싶은 날은 공현진을 고르겠다. 이름난 장소를 여러 곳 찍고 돌아오는 새벽보다, 한 곳에 조금 일찍 도착해 바다가 밝아지는 과정을 보는 시간이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