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맛집 실패 줄이는 방법, 항구와 일정에 맞춰 고르는 법

얼마 전 울릉도에 다시 들어갔을 때도 첫 끼는 맛보다 동선부터 봤습니다. 배가 사동항에 닿았는지, 도동 숙소로 바로 가는지, 저동에서 밤을 보낼 건지에 따라 괜찮은 식당이 달라집니다. 울릉도 맛집은 이름값만 보고 찾아가면 의외로 피곤합니다. 언덕이 많고 골목이 좁고, 성수기에는 단체 손님이 한 번에 들어옵니다. 배 멀미가 남아 있는 첫날에는 멀리 가는 식당보다 항구 가까운 밥집이 낫습니다.
울릉도 음식은 크게 홍합밥, 따개비밥, 오징어내장탕, 오삼불고기, 약소구이, 산채비빔밥으로 나뉩니다. 회나 독도새우도 있지만 가격 변동이 있고, 날씨와 조업 상황을 탑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가는 분에게 비싼 해산물부터 권하지 않습니다. 2박 3일이면 항구 밥집 한 번, 나리분지 산채 한 번, 저동 저녁 한 번 정도가 가장 무난합니다.
울릉도 맛집은 항구 기준으로 고르면 덜 헤맨다
도동항 주변은 숙소와 여행사, 렌터카 업체가 몰려 있어 첫날과 마지막 날 식사하기 좋습니다. 두꺼비식당, 등대식당, 다애식당처럼 홍합밥이나 따개비밥, 오징어내장탕을 내는 식당이 도동 골목에 모여 있습니다. 도동은 걸어서 움직이기 편하지만 주차는 편하지 않습니다. 렌터카를 받았다면 식당 앞에 세우겠다는 생각보다 공영주차장에 두고 걷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저동항은 저녁에 강합니다. 오징어 거리 분위기가 있고, 촛대바위 산책 뒤에 밥 먹기 좋습니다. 독도수산처럼 회와 독도새우를 다루는 집도 있고, 오징어 물회나 오징어불고기를 내는 식당도 많습니다. 다만 저동에서 해산물을 먹을 때는 가격표를 먼저 보는 게 좋습니다. 독도새우는 특히 시세가 뛰는 날이 있어 둘이서 가볍게 먹는 음식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사동항은 배 도착지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여행자가 오래 머무는 동네는 아닙니다. 크루즈로 아침에 내렸다면 바로 도동이나 저동으로 이동해서 식사하는 편이 선택지가 많습니다. 반대로 출항 전 시간이 애매하면 사동에서 무리해 맛집을 찾기보다 도시락이나 간단한 식사로 맞추는 게 낫습니다. 울릉도에서는 배 시간이 식사 시간을 이깁니다.
처음 가면 이 메뉴 순서가 무난하다
첫 끼는 홍합밥이나 따개비밥
울릉도에 처음 도착하면 몸이 아직 배 위에 있는 느낌일 때가 있습니다. 그때 매운 음식이나 기름진 고기보다 홍합밥, 따개비밥이 편합니다. 홍합밥은 고소하고 향이 분명하고, 따개비밥은 바다 향이 더 진합니다. 반찬으로 명이나물, 부지깽이, 섬초 같은 나물이 곁들여지면 울릉도에 왔다는 감각이 바로 납니다. 가격은 보통 내륙 백반보다 높게 느껴지지만, 섬 물류비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둘째 날 점심은 나리분지 산채비빔밥
나리분지는 울릉도 일정에서 한 번쯤 올라가는 곳입니다. 성인봉을 걷든, 차로 일주도로를 돌든 점심 시간이 맞기 쉽습니다. 여기서는 산채비빔밥이나 더덕 들어간 음식을 고르면 크게 실패하지 않습니다. 나리분지 음식은 화려하진 않습니다. 대신 트레킹 전후에 속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성인봉을 오를 계획이면 너무 오래 앉아 먹는 약소구이보다 빠르게 먹고 움직일 수 있는 산채 쪽이 낫습니다.
저녁은 오삼불고기나 오징어내장탕
울릉도 오삼불고기는 관광객용 메뉴처럼 보이지만, 피곤한 저녁엔 꽤 실용적입니다. 밥이 잘 넘어가고 여럿이 나눠 먹기 쉽습니다. 오징어내장탕은 호불호가 있습니다. 국물은 시원하지만 내장 특유의 향이 있어 비린 맛에 예민한 사람은 한 숟가락에서 멈추기도 합니다. 저는 동행이 처음 울릉도라면 오삼불고기와 내장탕을 같이 시켜 나눠 먹게 합니다. 그러면 실패감이 줄어듭니다.
성수기에는 맛보다 운영 시간이 더 중요하다
울릉도 맛집을 검색하면 영업 중이라고 나와도 실제로는 재료가 떨어졌거나 단체 예약으로 자리가 없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7월 말부터 8월 중순, 연휴, 단풍철 주말에는 점심 12시 30분만 넘어도 인기 메뉴가 빠지는 일이 있습니다. 저는 섬에서 식당을 갈 때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 오늘 영업하는지 전화로 확인한다.
- 1인 식사가 가능한지 묻는다.
- 대표 메뉴가 지금 주문 가능한지 확인한다.
혼자 여행하는 분은 이 부분이 더 중요합니다. 울릉도 식당 중에는 2인 이상 주문이 편한 메뉴가 많습니다. 오삼불고기, 약소구이, 해물찜, 회는 혼자 먹기 부담스럽습니다. 혼자라면 홍합밥, 따개비밥, 칼국수, 백반, 해장국 쪽으로 잡는 게 현실적입니다. 괜히 유명한 고깃집 앞에서 서성이다가 저녁 시간을 놓치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아침 식사는 도동과 저동이 유리합니다. 항구 근처라 이른 배를 타는 사람, 독도 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비교적 아침 장사를 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래도 겨울이나 비수기 평일에는 문 여는 시간이 느슨합니다. 울릉크루즈 같은 선사 안내와 현지 숙소 사장님 말이 실제 운영 확인에는 더 빠를 때가 많습니다.
동선별로 고르면 이런 식이다
도동에 숙소를 잡았다면 첫날 저녁은 멀리 가지 않아도 됩니다. 도동길 주변에서 홍합밥이나 오징어내장탕을 먹고, 도동항 산책로를 짧게 걷는 정도가 좋습니다. 배를 타고 들어온 날부터 렌터카로 북면까지 달리면 몸이 늦게 지칩니다. 울릉도 도로는 짧아 보여도 굽이가 많고 밤에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저동에 숙소를 잡았다면 촛대바위와 저동항을 묶어 저녁 동선을 만들면 됩니다. 오징어 관련 메뉴를 먹기 좋고, 술 한잔 곁들이는 사람도 숙소까지 걸어가기 수월합니다. 다만 성수기 저녁 저동항 주변은 생각보다 붐빕니다. 식사 시간을 6시 전으로 당기거나, 아예 7시 30분 이후로 늦추면 대기 시간이 줄어드는 편입니다.
렌터카로 섬을 한 바퀴 도는 날은 나리분지나 천부 쪽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북면 카페울라나 추산 일대 카페를 끼워 넣으면 운전 피로도 덜합니다. 다만 카페를 식사 대용으로 잡으면 오후에 허기가 빨리 옵니다. 울릉도는 편의점도 육지처럼 촘촘하지 않아서 물과 간식은 출발 전에 챙기는 게 낫습니다.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
솔직히 말하면 울릉도에서 모든 끼니를 유명 맛집으로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섬 여행은 식당 하나 때문에 전체 동선이 꼬이면 손해가 큽니다. 독도 배 시간이 바뀌고, 일주도로 공사 구간이 생기고, 바람 때문에 예정보다 빨리 항구로 돌아와야 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가까운 밥집에서 따뜻한 국물 먹고 쉬는 선택이 더 낫습니다.
비싼 해산물은 마지막 밤에 컨디션과 예산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첫날부터 독도새우나 회를 크게 잡으면 이후 식사 선택이 오히려 좁아집니다. 울릉도다운 한 끼를 원한다면 홍합밥, 따개비밥, 오징어내장탕 중 하나면 충분합니다. 여기에 나리분지 산채 한 끼를 더하면 섬의 바다와 산을 둘 다 먹은 셈입니다.
제가 다시 울릉도에 간다면 첫날 도동에서 홍합밥, 둘째 날 나리분지에서 산채비빔밥, 마지막 밤 저동에서 오징어 메뉴를 먹겠습니다. 유명한 이름을 쫓기보다 배 시간, 숙소 위치, 다음날 트레킹 강도를 맞추는 식입니다. 울릉도 맛집은 멀리 있는 한 집보다 그날 일정에 덜 무리되는 한 끼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