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장도에 가려면 배부터 맞추는 방법

장도에 가려고 흑산도 예리항에 서 있으면, 섬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게 다시 분명해진다. 걷는 길은 짧지만 그 길에 닿기까지 배를 두 번 타야 한다. 목포에서 출발해 흑산도에서 갈아타는 순서, 장도에서 나오는 배, 바람이 불 때 머물 곳까지 맞춰야 마음 편히 걸을 수 있다.
목포에서 예리항까지, 장도 배를 먼저 확인한다
장도에는 목포에서 바로 가는 배가 없다. 목포항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도행 여객선을 타고 예리항에 내린 뒤, 장도행 도선으로 갈아탄다. 목포에서 흑산도까지는 보통 2시간 안팎, 예리항에서 장도까지는 작은 배로 약 20분이다. 바다에 나와 있는 시간보다 환승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다.
여기서 먼저 확인할 것은 목포 출항 시각이 아니라 예리항에서 장도로 들어가는 배와 돌아오는 배가 그날 실제로 다니는지다. 장도행은 운항 횟수가 적고 흑산도행 여객선 시각에 맞춰 움직이기도 한다. 날짜를 정했다면 신안군의 도선 안내와 현지 대장도호 운항 여부를 확인하고, 그다음 목포 왕복표를 잡는 편이 안전하다. 예리항에 몇 시에 도착하는지만 보고 당일 왕복을 결정하면 장도에서 걸을 시간이 모자랄 수 있다.
신분증은 목포에서 승선할 때 필요하다. 기상 악화로 목포행은 떠도 장도행 작은 배는 움직이지 못하거나, 반대로 섬에서 나오는 일정이 바뀔 수 있다. 출발 전날과 당일 아침에 각각 운항 여부를 확인하는 이유다. 배 시간표는 계절과 운항 사정에 따라 바뀌니 오래된 여행기의 시각을 그대로 일정표에 옮기지 않는다.
장도항에서 습지까지는 짧아도 오르막이다
장도항에 내리면 항구와 마을을 지나 습지탐방로 입구로 향한다. 섬연구소 백섬백길이 안내하는 장도 습지생태탐방길은 장도항에서 출발해 탐방로 입구, 짝지기미잔등, 해안길을 거쳐 항구로 돌아오는 약 2.5㎞ 코스다. 안내 소요 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사진을 찍고 배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그보다 넉넉하게 잡는 게 좋다.
거리만 보고 평지 산책으로 생각하면 초반 오르막에서 숨이 찬다. 장도는 작은 섬이지만 산세가 가파르고, 바람이 지나간 뒤에는 길이 젖어 있을 수 있다. 운동화보다는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이 편하다. 큰 배낭을 메고 서두르기보다 물 한 병을 챙겨 천천히 올라가는 동선이 이 섬에 맞는다.
위쪽에 닿으면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의 산에서 물이 고여 습지를 이룬 풍경을 보게 된다. 장도 습지는 2004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이듬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탐방은 지정된 길 안에서만 해야 한다. 습지 가까이 들어가 식물을 만지거나 지름길을 내는 일은 피한다. 이곳의 볼거리는 넓은 전망 한 장보다 산 위에 물이 머무는 지형 자체에 있다.
식사와 잠자리는 흑산도까지 묶어 잡는다
장도에는 식당이 없어 점심을 현지에서 해결하겠다는 계획은 곤란하다. 예리항에서 간단한 먹을거리와 물을 준비하고, 포장 쓰레기는 다시 가지고 나온다. 민박은 가능 여부를 미리 물어야 한다. 방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막배를 놓치면 선택지가 거의 없다.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흑산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장도를 다녀오는 일정이 한결 여유롭다. 예리항 주변에 숙소를 잡으면 도선 승선 위치와 출항 시각을 다시 확인하기 쉽다. 장도에 다녀와 시간이 남을 때 흑산도 다른 곳을 보는 순서가 낫다. 흑산도 일주와 장도 습지 걷기를 하루에 빽빽하게 넣으면 어느 한쪽은 배 시계만 보며 지나가게 된다.
성수기에는 목포 왕복 승선권과 흑산도 숙소를 일찍 확보할 필요가 있다. 비수기에는 예약보다 운항 확인이 더 중요해진다. 특히 바람이 강한 계절에는 목포에서 하루 더 머물 가능성까지 생각해 귀가 일정을 잡는다. 섬 안 이동 수단을 기대하기보다 장도에서는 항구를 출발점으로 걸어서 돌아오는 코스로 생각하면 된다.
물때를 볼 곳과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곳
장도 옆 소장도는 물이 빠질 때 이어지는 길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간조 시각만 보고 건너가서는 안 된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수위, 바람, 현지 안내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장도행 배가 한 번뿐인 날이라면 소장도까지 욕심내지 않고 습지길만 걷는 쪽이 낫다. 물때 때문에 돌아오는 길을 서두르는 여행은 즐겁지 않다.
장도는 식당을 골라 다니거나 여러 명소를 빠르게 찍고 싶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 배를 갈아타는 수고에 비해 걷는 거리가 짧다고 느낄 수도 있다. 반면 한적한 마을을 지나 산 위 습지까지 걸어 올라가는 시간을 좋아한다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는 이런 섬일수록 볼거리를 하나 더 넣기보다 돌아올 배와 걸음 사이에 여백을 두는 편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