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등대 처음 가려면 이렇게 걷는 게 덜 힘듭니다

울릉도 배를 타려고 묵호항에 일찍 도착했다가 시간이 남으면, 저는 거의 습관처럼 묵호등대 쪽으로 올라갑니다. 섬으로 들어가기 전 바다 상태를 눈으로 한번 보는 자리이기도 하고, 묵호라는 항구 동네가 어떤 지형 위에 앉아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는 곳이거든요.
묵호등대는 섬 여행지는 아니지만, 묵호항 여객선터미널과 붙어 있는 여행 동선이라 도서 여행자에게 꽤 실용적인 장소입니다. 다만 지도에서 가까워 보인다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됩니다. 바닷가에서 등대까지는 짧고 가파른 오르막입니다.
교통편부터 잡고 올라가야 덜 지칩니다
기차로 온다면 묵호역을 기준으로 잡는 게 편합니다. 묵호역에서 묵호등대까지는 걸어서 30분 안팎이지만, 마지막 구간이 언덕이라 캐리어를 끌고 가기에는 좋지 않습니다. 배낭 하나면 걸을 만하고, 짐이 있으면 택시를 타는 편이 낫습니다. 택시로는 보통 5~10분 거리입니다.
자가용은 묵호등대 바로 아래까지 접근할 수 있지만, 주말과 성수기에는 좁은 길에서 차가 밀립니다. 특히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해랑전망대, 논골담길을 같이 보려는 차가 한꺼번에 몰리면 주차보다 회차가 더 피곤합니다. 저는 차를 가져가도 아래쪽에 세워두고 걷는 쪽을 더 선호합니다.
- 뚜벅이 기본 동선: 묵호역 또는 묵호항에서 해랑전망대 쪽으로 이동
- 언덕 부담이 적은 동선: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쪽에서 위로 올라간 뒤 묵호등대와 논골담길을 내려오며 보기
- 짐이 있을 때: 묵호역 물품보관, 숙소 선보관, 택시 이동을 먼저 생각
- 울릉도 배 이용 전후: 출항 시간보다 최소 1시간 이상 여유가 있을 때만 들르기
묵호항에서 울릉도 배를 타는 날이라면 더 보수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동해안 배는 바람과 파도에 민감합니다. 출항 여부, 승선 시간, 신분증 확인까지 감안하면 등대 산책을 무리하게 끼워 넣는 건 별로입니다. 배 시간이 빠듯하면 묵호등대보다 터미널 주변 식사와 멀미약 준비가 먼저입니다.
걷는 순서는 해랑전망대에서 등대로 잡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순서는 해랑전망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묵호등대, 논골담길, 묵호시장입니다. 이렇게 잡으면 바다 쪽 낮은 곳에서 시작해 전망을 보고, 등대에 오른 뒤 골목길을 따라 내려오게 됩니다. 반대로 논골담길 아래에서 등대까지 바로 치고 올라가면 생각보다 숨이 찹니다.
해랑전망대는 바다 위로 뻗은 짧은 전망 시설이고,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유료 시설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계절이나 현장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동해시 관광 안내나 현장 매표소 기준으로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묵호등대 자체는 오래 머무는 관광지라기보다, 항구와 동해 바다를 한눈에 보는 지점에 가깝습니다.
등대 주변은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 많습니다. 여름에도 그늘에 들어가면 땀이 식고, 겨울에는 손이 금방 시립니다. 사진만 찍고 내려오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등대 앞에서 묵호항 쪽을 5분만 가만히 보는 걸 좋아합니다. 항구에 배가 붙고 빠지는 모습이 보이면 이 동네가 왜 관광지 이전에 항구였는지 느껴집니다.
묵호등대 코스는 2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신발은 골라야 합니다
묵호등대만 찍고 내려오면 30~40분으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해랑전망대와 논골담길까지 묶으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30분 정도 잡는 게 편합니다. 중간에 카페를 들르거나 묵호시장에서 식사까지 하면 반나절 코스가 됩니다.
길 자체가 긴 트레킹은 아닙니다. 문제는 경사와 계단입니다. 슬리퍼나 굽 있는 신발은 비추천입니다. 비 온 뒤에는 벽화 골목의 일부 구간이 미끄럽고, 겨울 해 질 무렵에는 바닷바람 때문에 체감온도가 확 떨어집니다. 섬 취재 다닐 때도 느끼는 건데, 짧은 코스일수록 사람들이 준비를 가볍게 해서 더 고생합니다.
시간대별로 느낌이 다릅니다
- 오전: 사람 적고 빛이 맑아 항구 쪽 보기 좋음
- 점심 무렵: 단체 여행객과 자가용 방문객이 몰릴 수 있음
- 해 질 무렵: 사진은 좋지만 골목길 내려올 때 어두워짐
- 겨울: 바람이 강하면 체류 시간이 짧아짐
개인적으로는 오전 10시 전후가 가장 무난했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에는 주변 가게가 덜 열리고, 오후 늦게는 골목길이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묵호등대 하나만 보러 먼 길을 오기보다는, 묵호항과 논골담길을 같이 묶었을 때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숙박은 등대보다 항구와 바다 접근성을 보고 고르면 됩니다
묵호등대 바로 주변에서 자야 할 이유는 많지 않습니다. 숙박은 묵호항, 어달해변, 동해 시내 중에서 고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울릉도 배를 타야 한다면 묵호항 가까운 숙소가 편하고, 저녁에 바닷가를 걷고 싶다면 어달해변 쪽이 낫습니다. 렌터카나 자가용이 있다면 동해 시내 숙소도 무난합니다.
성수기에는 가격 차이가 꽤 납니다. 특히 여름 주말과 연휴에는 바다 전망 객실이 빨리 빠지고,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다만 동해안 숙소는 바다 전망이라고 해도 도로 소음이 같이 따라오는 곳이 있습니다. 잠귀가 밝은 사람은 전망보다 위치와 방음 후기를 먼저 보는 게 낫습니다.
- 울릉도 전날 숙박: 묵호항 가까운 곳
- 가벼운 바다 산책: 어달해변 주변
- 식당과 이동 편의: 동해 시내
- 차 없는 여행: 묵호역, 묵호항 접근성을 우선
이런 사람에게 묵호등대가 잘 맞습니다
묵호등대는 놀이시설을 기대하고 가면 싱거울 수 있습니다. 규모가 크거나 오래 머무는 장소는 아닙니다. 대신 항구 마을의 지형, 동해 바다의 수평선, 오래된 골목길을 한 번에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꽤 괜찮습니다. 걷는 시간을 길게 잡지 않아도 묵호의 표정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도째비골 시설을 곁들이는 편이 낫고, 부모님과 간다면 언덕 동선을 줄이는 쪽으로 잡아야 합니다. 걷기 좋아하는 사람은 논골담길을 천천히 내려오며 벽화와 집 사이 골목을 보는 시간이 더 기억에 남을 수 있습니다. 다만 골목은 실제 주민이 사는 공간이라 큰 소리로 떠들거나 담장 안쪽을 들여다보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묵호등대는 대단한 목적지라기보다, 묵호항을 이해하는 전망대에 가깝습니다. 배 타기 전 잠깐의 여유가 있거나, 동해 여행에서 너무 큰 관광지보다 작은 항구 마을의 공기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들를 만합니다. 저는 묵호에 갈 때마다 등대까지 올라가지만, 늘 오래 있지는 않습니다. 바다 상태 보고, 항구 한번 내려다보고, 골목길로 천천히 내려오는 정도가 이곳에 가장 잘 맞는 속도였습니다.
